오늘도 반려견과 산책을 나갔어요. 평소처럼 풀숲 냄새도 맡고 여기저기 킁킁거리다가, 어느 순간 '응아 자세'를 잡길래 “아, 이제 시원하게 싸려나보다~” 싶었죠.
그런데 웬일인지 이 친구, 자리를 정하지 못하고 몇 번이고 빙글빙글 도는 거예요. 아니, 그냥 아무 데서나 싸면 안 되겠니? 하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고 지켜봤답니다 😅
특히 비 오는 날은 더 심한 것 같아요. 땅이 젖어 있어서 그런지, 냄새도 다르게 느껴지나 봐요. 어제처럼 비가 오던 날엔 거의 10분 넘게 여기저기 뒤적이며 자리를 찾더라고요. 우비 입고 가만히 기다리는 제 입장에선, “빨리 좀 싸면 안 될까…”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. 우리 강아지가 열심히 냄새 맡고 고르고 고른 자리에서 드디어 시원하게 대변보면 제가 다 시원해진답니다.ㅎㅎ
강아지는 왜 자리를 그렇게 고를까?
사실 우리 눈엔 그저 '길바닥'이지만, 강아지에게는 그 자리가 어떤 의미인지, 어떤 정보가 있는지 엄청나게 중요해요. 배변은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라, 일종의 커뮤니케이라고해요.
- 안전 여부 확인: 야생 본능에서 비롯된 행동이에요. 배변 중에는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주변이 안전한지 먼저 확인해요.
- 영역 표시: 강아지의 배변은 ‘여긴 내 구역이야’라는 신호이기도 해요. 다른 강아지 냄새가 있는지, 자기가 마킹할 만한 장소인지 냄새로 체크하죠.
- 바닥 질감: 우리 반려견은 풀밭을 좋아하는데, 어떤 아이들은 흙길이나 시멘트 바닥을 더 편하게 느끼기도 해요.
- 심리 상태: 낯선 환경이거나, 이전에 혼났던 기억이 있는 곳이면 민감해져서 쉽게 결정을 못 할 수 있어요.
빙글빙글 도는 이유, 단순한 습관이 아니에요
저희 강아지는 응가하기 전 꼭 제자리에서 몇 바퀴씩 도는데요, 이건 강아지들 대부분이 보이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해요.
- 방향 정하기: 연구에 따르면 강아지들은 지구 자기장 방향에 영향을 받아 북남 방향으로 볼일을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.
- 자기 보호 본능: 주변을 정리하거나, 위험 요소가 없는지 확인하는 행동입니다.
- 불편함 최소화: 배설물이 자기 몸이나 털에 묻지 않도록 위치를 조정하는 거라고해요.
그래서 도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혼내거나 끌지 말고, 오히려 “이제 곧 시원하게 싸려나보다~” 하고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하더라고요.
보호자가 기억하면 좋은 팁
이런 배변 행동을 이해하고 나니, 제 마음도 조금 느긋해졌어요. 특히 비 오는 날처럼 환경이 불편한 상황에서는 더더욱요.
- 충분한 산책 시간 확보: 최소 20~30분은 확보해 주세요. 너무 짧으면 강아지가 급하게 참거나 못 싸고 올 수 있어요.
- 좋아하는 지형 파악: 풀밭, 흙길, 잔디 등 반려견이 선호하는 장소를 기억해두면 좋아요.
- 자주 싸는 장소 체크: 강아지도 익숙한 장소를 선호하니까, 그 장소로 자연스럽게 유도해보세요.
- 배변 성공 시 칭찬: 볼일을 본 후엔 간식이나 칭찬으로 긍정적인 학습을 유도해 주세요.
마무리하며
강아지가 자리를 고르는 시간은, 어쩌면 반려견들의 섬세함이 드러나는 순간일지도 몰라요. 우리 입장에선 '그냥 똥 좀 빨리 싸면 안 되나?' 싶은 순간이지만, 강아지 입장에선 나름의 기준과 신중함이 있는 행동이죠.
다음번 산책에선 조금만 더 여유 있게 기다려보세요. 그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작은 몸짓이 얼마나 귀엽고 의미 있는 행동인지, 새삼 느껴질 거예요 😊